rakuen/Illust

버나딘

2018. 6. 21. 06:59




버나딘


personal

2018

2340*1654 200dpi


버나딘은 죽어도 죽지 않는 사람, 또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사람. 

언제나 혼자.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불가능한 존재.

결국에는 기묘한 주술을 부린다는 이유로 그를 수 차례 화형했음에도, 

불길 속에서 걸어나오는 그의 모습은 어찌나 두려웠던지…

두려움에 기반한 방치. 외로움은 곧 분노가 되었다. 

몇 백년을 몰아치는 분노에 기대어 숨을 들이킨 결과로 

눈치 못 챌 정도의 나긋함을 보일 뿐, 

실제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목전에 두르고 산다.

모든 행동에 이유모를 분노로 가득 차 오히려 더욱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 지팡이를 쿵, 쿵 치고 있는 것은 그가 분노를 표출하고, 다시 거두어가는 몸짓.

움직이면 들통나니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화가 난다.

꽂아누르는 듯한 말투와 탁하고 거친 목소리는 감춰질 수 없는 것이겠지.

이딴 쓸모없는 감정소모를 할거면 죽는게 나아. 

죽고싶다는 생각도 분노로 점철되어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으려 한다.


가게의 다락방에 사는 그는, 잠들기 전에 언제나 기도한다.

무엇에 기대 기도를 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오늘도 고통스러운 삶을 이겨내게 해줘 감사하다고만 말할 뿐.

아마도 멀고 먼 과거의 습관일테지. 실은 이겨내고 싶지 않은데도.


세계가 마지막 순간이 되어 악의 업화에 휩싸여 불타오르고,

인간이 재가 되어 하늘을 유영하게 될 때에도…

버나딘은 언제나처럼 홀로일테지.